- 코로나 위기를 이겨낸 가장 큰 힘은 바로 ‘신앙의 기본기’
- 철저히 성경 중심의 목회 “큰 교회보다 내실있는 강한교회 추구해야”
- 독립교회와 교단의 장점 고루갖춘 ‘국독연’ 통해 궁극적 목회 실천
지난 2023년 초 정부의 코로나 펜데믹 종식 선언 이후 우리 사회는 빠른 일상 회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생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회적 순환이 통제됐던 과거 3년의 악몽을 생각하면, 오늘날 다시 재개된 일상은 그야말로 축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엔데믹 선언에 맞춰 크고 작은 이벤트로 대대적인 예배회복을 이뤄냈고, 고난을 견뎌낸 스스로의 인내와 성찰을 자축했다. 그렇게 엔데믹 1년이 지난 현재, 한국교회는 ‘회복을 넘어 부흥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제2의 도약을 도모하는 단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치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축제의 뒷편에는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에 신음하는 작은교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설립자 박조준, 총회장 정인찬, 사무총장 임우성) 소속의 큰사랑교회(담임 김영수 목사/ 서울 청담동 소재)는 작지만 강한교회, 즉 '강소형교회'의 전형적 표본이다. 성도 수는 100여명이 채 되지 않지만, 대형교회조차 우수수 무너졌던 코로나 시기에도 건재했을 만큼 내부적인 강력한 결집력과 영성을 갖추고 있다.
큰사랑교회 김영수 목사는 현 한국교회가 처한 양극화의 현실과 작은교회의 고난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답을 내놓았다. 단순히 도움을 주고 받는 임시적 방편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궁극적으로 상생하는 방안이다.
본보는 새해 한국교회 전체의 온전한 회복을 도모키 위해 건강하고 단단한 강소형교회를 일군 김영수 목사에게 목회의 본질과 성도 양육, 그리고 독립교회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큰사랑교회가 대표적 '강소형교회'라는 소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참 감사한 부분이다. 애초 큰 교회를 일구겠다는 목표보다 단 한명의 성도라도 참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가 되자는 생각으로 목회를 하다보니, 매우 단단한 교회가 된 것 같다.
물론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다. 우리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각각의 역할에 대한 인지가 분명하다. 그것이 평시가 됐든 위기상황이 됐든 그 역할은 변하지 않기에, 작은 교회임에도 매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지난해 엔데믹 선언 이후 한국교회 역시 대대적인 예배회복에 나섰다. 현재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보나?
= 내가 한국교회 전체의 회복을 가늠해 이를 말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교회는 지역, 규모, 교단 등에 따라 그 관점이 나뉠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바라보는 교회의 모습은 아무래도 한정적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하지만 이는 한국교회의 오류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교회가 주로 큰 교회 위주의 입장을 전체의 상황으로 대변하다 보니, 작은교회들의 현실은 배제됐던게 사실이다.
단적으로 엔데믹 선언이 모든 교회에 달가운 소식이었을까?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에 허덕이며, 신음조차 침묵해야 하는 작은교회들에게는 코로나는 'End'가 아닌 'And'일 뿐이다. 오히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이었던 당시는 작은교회를 도와야 한다는 교계의 공론화된 여론이라도 있었지만, '자기 회복'을 목표로 사실상의 '각자도생'에 이른 현재는 작은교회에 너무도 잔인한 계절이 됐다.
큰사랑교회 상황은 어떠한가?
= 사실 우리는 애초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크게 없었다.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할 때도 예배나 헌금은 그대로 유지 됐고, 엔데믹 선언 이후에는 현장 예배가 거의 100% 회복됐다. 다른 작은교회들이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좋은 상황이다. 사실 이는 나 역시 매우 놀랐던 부분이다. 평소에는 그리 느끼지 못했는데, 위기 상황이 되니까 우리 교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될 수 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신앙의 기본기다. 우리 교회는 처음 30여명의 규모로 출발했는데, 애초부터 큰 교회가 되겠다고 무조건 전도 부흥에만 목메지 않았다. 물론 전도와 부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예배, 교육, 양육이라는 기본에 훨씬 더 충실했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규모가 아니다. 성도들이 몇 명이 있든 얼마나 진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코로나 때 작은교회 뿐 아니라 기본기가 부족한 중대형교회도 함께 무너졌다. 다만 중대형교회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의 위기를 버텨준 것이며, 밑바탕이 없는 작은교회는 금새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기본기가 충실한 강한교회가 되는 것은 작은교회 뿐 아니라 중대형교회 역시 마찬가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목사님의 목회관은 무엇인가?
= 철저히 성경 복음 중심의 목회다. 아직도 설교는 미리 준비한 원고대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성경에서 어긋남이 없는지를 항상 살피고, 이를 반복함으로서 나 스스로에 충실할 수 있고, 성도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반대로 즉흥적인 설교는 철저히 지양한다.
다만 교리에 얽매이지는 않아야 한다. 물론 교리는 매우 중시하지만, 내 기준에 맞춰 다른 교리를 무시하거나, 이를 낮게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단이 아닌 다음에야 결국 모든 것은 복음에서 만난다.
나는 총신대 신대원 82회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 후 1991년 의정부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그렇게 10년동안 목회를 하다가, 2000년부터 중국의 선교사로 부름 받아, 약 15년 간 중국 현지 신학생들의 신학교육을 담당했는데, 하나님께서 이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주셨다. 하나님의 복음을 이해하고 이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적 목표인데, 과도한 교리의 구분이 오히려 그 본질적 목표를 가리고 있던 것이다. 내가 장로교 신학을 했다고 해서 감리교, 침례교, 순복음 등에 비해 절대적일 것도 없고, 오히려 타 교리에서 충분히 신학적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서로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이며, 각자가 추구하는 분명한 목표와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편적 깨달음이 한국에서 목회를 재개하며, 독립교회를 택한 밑바탕이 됐다.
해외선교를 하며 느낀 한국교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일단 장점은 너무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역동성, 신앙에 대한 진심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처럼 성도들이 열심으로 헌신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정말 해외에 있으면 하나님의 더없는 축복이 임한 곳이 한국교회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허나 이러한 자부심이 때로 너무 과도해지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70~80년대 대대적 부흥 이후, 한국교회가 세계 2위의 선교대국으로 올라서며, 선교에 있어 한국교회 스스로를 정답처럼 여겼다. 선교의 방향이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교회를 '한국교회화'하려 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현재 중국교회가 매우 축소됐다. 10여년 전만 해도 어느정도 존재했던 가정교회들도 상당수 무너져 버렸다. 공산당국의 억압이 제일 크겠지만, 한국교회의 과도한 개입이 중국교회 본연의 자생력을 무너뜨렸다는 점을 부정키 어렵다. 중국교회는 분명 자생력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교회의 선교가 어느새 이를 잠식해 버렸다. 마치 한국교회의 도움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만듦으로서 스스로의 자생을 포기하게끔 한 것이다. 결국 당국이 선교사들을 대거 추방하고 난 현재 중국교회의 쇠락은 예견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생각이 기존 교단을 떠나 국제독립교회연합회(이하 국독연)에 둥지를 튼 것과 관계가 있나?
= 당연하다. 기존의 교단 시스템을 마냥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교회가 갖는 다양성, 자율성은 세계교회적 관점에서 복음을 이해하는 매우 필수적인 요소였기에 고민없이 독립교회를 택했다. 특히 국독연은 신학과 교리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중심은 매우 정돈되어 있었다. 무조건적인 자율이 아니라, 상식적인 질서 안에서 자율을 통해 목회를 매우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해줬다.
더욱 특별한 것은 국독연은 기존 독립교회의 단점으로 지목되던, '멤버십의 부재'를 상당히 극복했다는 사실이다. 국독연 역시 '非간섭'을 원칙으로 개교회의 목회나 운영에 간섭치는 않지만, 공익·공의의 목표에 스스로 자율적 의지를 갖고 참여하게끔 함으로 소속회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멤버십을 갖게했다. 정기적으로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목회자 재교육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국내외 크고 작은 재난구호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멤버십이 밑바탕에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거창하게 내가 한국교회에 당부할 위치는 아니기에 그저 바램이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교회의 부흥과 성공은 결국 교회의 본질을 얼마나 잘 달성했느냐에 있다고 본다. 각자가 생각하는 부흥의 규모와 성공의 척도는 다르지만, 교회의 본질 자체는 똑같지 않나? 코로나가 분명 엄청난 위기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교회가 무너졌다는 전제는 우리 목회자들에 분명한 깨달음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우리 목회가 올바로 섰다면 코로나가 아니라 그 더한 위기가 왔어도 흔들릴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코로나만을 탓할게 아니라, 결국 우리에게 부족했던 기본기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위기가 반복된다는 것을 고지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그 자리에 멈춰서 성도들을 돌아봤으면 한다. 목회자가 모르는 새 성도들은 세상과 교회로부터 크고작은 상처를 많이 받는다. 이들은 위로하고 보듬는 것이 잃어버린 목회자의 세상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